개를 위한 스테이크 - 시트콤을 보듯 잔잔한 유머
오랜만에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난 것 같습니다. <개를 위한 스테이크> 라는 책을 도서관에서 우연히 보고 빌려 읽게 되었는데요. 한 가정에서 있을 수 있는 여러 이야기들을 마치 꽁트, 시트콤처럼 엮어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개를 위한 스테이크>라는 제목은 이 책에서 맨 처음 소개되고 있는 일화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개를 위한 스테이크는 사실 핑계이고, 레스토랑에서 제공하는 커다란 스테이크를 집에 가져가서 먹기위한 작전이었습니다.
토요일마다 가는 레스토랑에서는 다섯 개의 커다란 스테이크를 내놓는데, 항상 다 먹지 못 하고 남기게 됩니다. 그래서 그 스테이크를 집에 가져가서 저녁 식사로 먹기 위해 자신이 키우는 개를 먹이기 위해 싸 달라고 합니다. 사실은 자신들이 먹을 건데 말이지요.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레스토랑에서는 음식물 찌꺼기와 뼈도 함께 포장해 줍니다.
이 일화가 맨 처음 나오는 이야기로 소제목이 개를 위한 스테이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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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시트콤을 보는 듯 한 이야기 구성
제가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많은 인기를 끌었던 <순풍 산부인과>라는 시트콤이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시트콤을 여러편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여러개의 작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맨 처음 이야기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개를 위한 스테이크에 대한 이야기이고, 다른 이야기들 중에는 빨래를 적게 넣으면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세탁기 이야기, 우산을 잃어 버리는 이야기, 돌고 돌아 결국 자신의 손으로 돌아온 초콜릿 선물 이야기 등등이 있습니다.
이야기의 소재가 일상 생활에서 일어 날 수 있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시트콤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것 같습니다.
개를 위한 스테이크 표지
▶ 과장과 반전
책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주인공 가족들은 바보 같이 보일 정도로 행동합니다. 잠깐 집 청소를 하려고 하다가 이것 저것 고치고 뜯어 내어 결국 집을 새로 짓게 되었지만 돈이 없어 세를 얻어 살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또, 마지막엔 웃긴 반전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초콜릿 선물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선물 받은 초콜릿의 상태가 정말 먹지 못 할 상태여서 선물을 준 사람을 시작으로 역추적을 해보니 자신들이 주었던 선물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렇듯 마지막엔 과장과 반전을 넣어서 웃음을 주는 형식을 띄고 있는 책입니다.
개를 위한 스테이크 中
▶ 내용 이해를 도와주는 삽화들
내용을 읽어나가면서 중간중간 책의 한 페이지를 가득 차지하고 있는 삽화를 보게 됩니다. 삽화가 작은 이야기의 한 장면을 캡쳐해 주고 있고, 인물들을 잘 묘사하고 있어 편하게 책을 읽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림 책일 수록 읽는데 부담이 적지요. 이 책은 내용도 가벼운 유머를 다루고 있고, 내용에 대한 삽화가 들어 있어 정말 편하게 읽었습니다.
개를 위한 스테이크 中
▶ 외국 서적의 한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이 책의 저자가 이스라엘 출신으로 외국 작가라는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유머란 듣는 사람과의 문화적 유대감이 굉장히 중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유머를 유머라고 써도 듣는 사람의 문화에서 유머가 아닐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소위 "양키센스"라고 하는 단어로 대표됩니다. 미국 개그나 미국식 유머들을 보고 있노라면 적응이 안 되고, 뭐가 웃긴지 잘 모르겠는 경우가 있지요. 마찬가지로 이 책을 읽으면서도 잘 이해되지 않는 점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걸 보면 제가 한국 토박이가 맞긴 한가봅니다. ㅎ
아마 많은 번역서들이 이럴꺼라고 생각이 드네요. 번역은 해야 하겠는데, 이걸 우리말로 어떻게 번역해야하며, 이 상황에서 외국인들은 웃는데 번역을 해 놓고 보니 우리나라 정서엔 잘 안 맞는 경우도 있구요. 이 책도 다소 그런 성향을 보인 것 같았습니다. 허무하게 끝난 이야기들이 몇 가지 있어 아직도 왜 웃긴지 궁금한게 많이 있었습니다.
개를 위한 스테이크 中
▶ 정말 가볍게 읽을만한 책
이 책의 작가인 에프라임 키숀은 풍자를 다루는 작가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특히 노벨상 후보로까지 거론되면서 굉장히 유명했다고 하는데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이 작가를 접하게 된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 저 일상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사소한 이야기들에 과장과 반전을 섞어서 재미를 이끌내는 책이고, 중간중간 삽화가 피로하지 않게 책을 읽도록 인도해 주는 책이었습니다.
개를 위한 스테이크 - 에프라임 키숀 지음, 프리드리히 콜사트 그림, 최경은 옮김/마음산책 |
주말에 조용히 소파에 앉아서 따스한 봄기운을 받으며 읽기에 딱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