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중국과의 경기에서 실망스런 경기력을 보여준 대표팀에 네티즌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래서 월드컵 가겠냐.", "김성근을 감독으로... " 등등의 대표팀을 조롱하는 게시물과 댓글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는 접속 장애를 겪을 정도로 네티즌들의 분노가 하루가 지난 오늘까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데요. 저도 어제 경기를 보았고 답답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Real Madrid CF Stadium HDR by marcp_dmoz |
1. 준비의 부족?
솔직히 중국과 한국의 입장 차이는 큽니다. 중국의 경우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에 탈락을 했고, 세대교체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이번 동아시아 축구 대회에 임하는 자세가 우리나라와는 다소 달랐을 것입니다. 한국은 동아시아 축구 대회를 해외파보다는 국내파로 꾸려서 월드컵 대표팀의 선수층을 두텁게 하고, 선수들을 평가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을 터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은 동아시아 대회를 내부 평가의 장으로 생각했겠죠. 반면 중국은 "공한증"이라는 저주에 시달리고 있었고 그 공한증을 깨기위해서 준비를 많이 했을 겁니다.
물론 경기하나하나가 승부이고 이기기 위해서 게임을 한다지만 아무래도 월드컵 준비, 그리고 해외파의 부재 등을 고려해봤을 때, 중국전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Playing with the ball 3 by Tambako the Jaguar |
2. 공한증의 굴레
심리적 부담감일까요? 공한증이라는 단어가 생기고 무패기록이 쌓일 수 록 중국전에 대한 부담감은 증가하게 됩니다. "이번에 지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시청자나 선수들이나 마음속에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런 심리적 부담감이 경기력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구요.
특히 중국과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중국의 각오, 다짐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이번에야 말로.." 라고 다짐을 하면서 경기를 뛰게 되죠. 이는 한일전과 비슷한데, 한국과 일본을 객관적으로 놓고 보면 일본의 축구 인프라와 한국의 축구 인프라를 비교 해 봤을 때, 한국이 일본에 열세인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일전은 항상 스펙타클하고 팽팽한 경기가 진행 되죠. 이런 한계를 극복하게 해주는게 "투지"입니다.
이런 투지면에서도 한국은 부족했다고 생각이 됩니다. 중국은 꼭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겠지만 공한증의 굴레는 한국 선수들의 투지를 빼앗아 갔을 수도 있습니다. "어짜피 이길텐데"라는 생각이 한국 선수들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지 않았을까요?
Il grido di Woody / Woody's scream by aldoaldoz |
3. 비의 변수?
어제 경기에서는 비가 내렸습니다.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축구경기를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굉장히 힘듭니다. 평소에 비해서 체력 소모가 더 일어나기 때문에 선수들은 더 피곤해 합니다. 어제 경기에서도 선수들의 몸이 경기 전반적으로 무거워 보였죠. 하지만 이것은 양팀에게 똑같이 작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가 될 수 없습니다.
2002년 월드컵 때, 우리나라 선수들은 탄탄한 체력을 바탕으로 신체적인 우위를 보이는 유럽선수들 보다 한발자국 더 뛰는 "투지"로 신체적 불리함을 극복했습니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 이후로 그런 투지가 점점 보이지 않게 되더군요. 어제는 중국선수가 톡 치면 휙 넘어가는 모습도 많이 보였습니다. 대표팀의 체력 훈련이 부족한 탓일까요? 그것은 관계자만이 알 일이죠.
korean world cup jersey by killrbeez |
4. 충격과 공포에 대처하는 네티즌의 자세
Web 2.0 시대에 들어서면서 웹이라는 공간은 토론의 장이자 또 하나의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웹 시민이라고 할 수 있는 네티즌들은 중국전의 충격적인 패배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 대한 축구협회 홈페이지가 오늘 오전까지도 접속장애를 겪고 있죠.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디시인사이드 < 해외축구 갤러리 >에서 "축협 털자.." 라는 게시물을 본것 같은데, 의도적인 공격인지는 모르겠네요. )
웹 게시판에서는 이런 대표팀에 원색적인 비난, 욕설, 그리고 조롱하는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김성근( SK 와이번즈 야구단 감독 )감독을 감독으로 올려라.", "수비수가 자동문이냐.", "어제 모세의 기적을 봤다. ( 패스를 피하는 수비수들.. )." 등등의 게시물이 쉴새 없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스포츠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기쁨을 얻고자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제 경기에서는 한중전을 보는 전국민이 답답함을 느꼈을 것입니다. 대표팀의 발전에 "쓴 소리"도 필요하지만 어제 MBC 해설의 말이 생각나네요. "충격이 너무 심하면 오래 가지 않습니까?" 였나요? 대충 그런 의미였는데, 대표팀 선수들도 아마 괴로울 것입니다. 비난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욕설이나 "축협 홈페이지 털기" 등은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010-Soccer-World-Cup-Mascot-Zakumi by Shine 2010 - 2010 World Cup good news |
5.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월드컵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허정무 감독을 교체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은 현실적으로 힘들구요. 어제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한국팀의 헛점을 보완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어제 경기는 한국과 중국, 일본만 본것이 아니라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그리스의 스텝과 관계자도 봤을 겁니다. 그들도 분석을 할 것이거 어제 드러난 헛점을 너무나도 아프게 공격하겠죠.
허정무 감독은 전술이라든지 선수 선발 등에 대 수술을 감행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대표팀내의 분위기를 경쟁 심리를 이용해서 "내 한 몸 불태워 뛰겠다." 정도까지 올려야 할 겁니다. 중요한 것은 어제의 중국전이 아닙니다. 오히려 공한증이 깨져서 굴레에서 벗어난 셈 치면 됩니다. 문제는 월드컵이죠.
히딩크의 선례가 있습니다. 히딩크도 초창기엔 욕많이 먹었죠. 하지만 본론이라고 할 수 있는 월드컵에서 업적을 남겼습니다. 감독의 비난은 중간중간에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믿음 마져 버리면 안 되겠죠. 허정무 감독을 믿읍시다. 월드컵때 까지 믿고 맡겨 본 후 그 다음에 문책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네티즌의 분노가 대표팀의 사기와 월드컵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ps. 글 솜씨가 없어서 논지가 자꾸 흐려졌네요.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