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의 저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파울로 코엘료의 또 다른 대표작인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읽었습니다. 생을 탐구하는 우화의 대가로 불리우는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인 연금술사를 읽은 후 두번째 작품입니다. 어떤 이웃분이 추천을 해주셔서 읽게 되었는데요. 잔잔한 감동과 생각해볼만한 거리들을 많이 던져주는 소설이었습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슬로베니아라고 하는 나라에 살고 있는 '베로니카'라고 하는 인물의 이야기입니다. '베로니카'라는 이름은 이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저자인 파울로 코엘료의 여자친구 이름이기도 합니다. ( 초반 잠깐 언급이 나옵니다. ) 그리고 그 여자친구의 아버지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이고르 박사'라고 하네요.
여튼 '베로니카'는 슬로베니아가 어디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파장을 일으키기위해 자살을 결심합니다. 수면제를 다량 복용하고 쓰러지게 됩니다. 하지만 제대로 성공하지 못 하고, 그녀가 살고 있는 도시의 정신병원인 빌레트에 입원하게 됩니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라는 소설은 그곳, 빌레트에 입원한 베로니카가 자신의 삶의 의미를 알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빌레트에 입원한 베로니카는 수면제에 의한 심장손상으로 일주일이라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게 됩니다. 자살을 기도한 베로니카에겐 성공적이었지만 죽음을 기다리는 며칠 동안 그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삶에 대한 의미를 찾게 됩니다.
참 재미있는 점은 자살을 결심하고, 수면제 다량복용으로 실려온 베로니카가 빌레트라고 하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뒤 진짜 자신의 삶, 사랑을 깨달아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 결국 삶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얻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삶에 대한 의미를 잃고, 루틴한 하루하루에 실증을 느껴 자살을 하게 되지만, 빌레트에 들어와서 이런저런
'미친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에뒤아르라는 정신분열 환자를 만나게 되고,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는 가운데 삶의 의미를 찾아가게 되지요.
베로니카가 자신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주는 교훈이 이 소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주목 할 만한 것은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인 빌레트입니다. 빌레트는 미친사람들을 수용하는 정신병원입니다. 빌레트는 하나의 시스템을 의미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빌레트의 주주들은 환자들의 치료와 사회적인 기여등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들의 이익, 병원의 이익에만 관심을 갖습니다.
또, 빌레트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 중 '형제클럽' 이라고 하는 무리들은 완치되고 사회로 나갈 수 있음에도 편안한 빌레트의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입니다. 밖으로 나가면 '정신병원 출신' 이지만 이곳에선 모두 미친 사람들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빌레트의 보안은 허술합니다. 잘만 찾아보면 벽에 금이가있고, 언제든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실제로 '형제클럽' 멤버들은 하루에 한번씩 외출이 허용되기도 했구요.
언제든지 나갈 수 있지만 스스로가 원해서 나가지 않는 정신병원. 그곳이 빌레트입니다.
미친 사람들을 수용하는 빌레트, 미친것과 미치지 않은 것에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정상과 비정상. 우리 스스로는 쉽게 그것을 분류하고 있지만 정상과 비정상의 정의를 내리기는 굉장히 힘듭니다.
남자의 머리는 짧아야 하고, 여자의 머리는 길어야 합니다. 남자가 여자처럼 머리를 길게 기르면 비정상적으로 봅니다. 조선시대 우리 선조들은 부모님이 주신 신체의 일부를 아끼는 의미로 머리를 자르지 않았습니다. 이를 보자면 정상의 조건, 정상의 의미는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 같습니다.
소설 속에서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미쳤다는 게 뭔지 알고 있냐고 했어요"
"미쳤다는 건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해.
마치 네가 낯선 나라에 와 있는 것처럼 말이지.
너는 모든 것을 보고, 네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인식하지만
너 자신을 설명할 수도 도움을 구할 수도 없어. 그 나라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그건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느껴본 거예요"
"우린 모두 미친 사람들이야. 이런 식으로든 저런 식으로든"
-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中 92 페이지 -
정상이라는 것은 사회적 합의에 불과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같다는 것에서 '나는 정상이다'라는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것이지요. 그래서 평범하다는 것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됩니다. 일반적인 것과 다르면 미친 사람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그래서 다들 정상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부담 속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공장에서 찍어 나온것이 아닌한 사람은 모두 다 같을 수는 없습니다. 일반적이지 않은 부분이 어딘가에 숨어있다는 것이고, 사람들은 그것을 '미친', '광기'로 부르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자신의 다름을 숨기고, 평범하게 행동하게 됩니다. 이런 행동들은 바로 '나 다움'을 버리고 '나 다움'과 거리가 먼 아바타를 만들어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 '나 다움'과 '아바타'의 모습 사이에 괴리가 커져가면 그 때 진정한 의미로 사람들이 미쳐가는 것이지요.
책을 읽으며 "이 책에는 참 많은 것이 들어있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빌레트가 의미하는 것도 있고, 미친것과 정상적인 것이 의미하는 것도 있습니다. 또 마리아, 에뒤아르, 제드카, 이고르 박스 등이 의미하는 바도 있을 것입니다.
인생에 대해 진정한 고민이 없고, 소설을 읽을 때 단순히 스토리의 진행에 집중해 읽으시는 분들은 재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에 대해서 깊은 고찰을 해보신 분들, 혹은 하고 있는 분들께는 정말 강추 할 만한 작품입니다.
나중에 두 번, 세 번 읽으면 의미하는 바를 두 번, 세 번 발견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