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악하악》이외수 - 짧은 글 깊은 사색



이외수 선생님께서 지은 《하악하악》을 읽어 봤습니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뿜어내는 책인데, 내용을 봐도 범상치가 않습니다. 가벼운 농담 정도의 글도 있지만, 세상의 깊은 이치를 다루는 심도 있는, 생각해 볼 만한 글도 많이 있었습니다. '하악하악'은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은어 중의 하나인데, 이외수 선생님께서 이런 제목을 가져도 쓰신 걸로 보아 이외수 선생님도 인터넷을 굉장히 많이 하는 걸로 보입니다. ( 실제로 트위터도 활발하게 사용하시고, 디시인사이드라는 커뮤니티에도 종종 등장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하악하악》은 이전에 읽어 보았던 《아불류 시불류》라는 책과 비슷한 구조입니다. 화면 가득 글이 쓰여있는 다른 책들과 달리 여백의 미를 강조하여 '한 페이지에 글 하나, 그리고 그림'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럼 책에 나온 짧은 글 중, 기억에 남는 글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이따금 견해와 주장이 자신과 다른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고 '틀린 사람'
으로 단정해 버리는 정신적 미숙아들이 있다. 그들은 대개 자신이 '틀린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 자기는 언제나 '옳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한다. 성공할 가능성이 지극히 희박한 사람이다.

- 《하악하악》中 15페이지 -


'다르다'와 '틀리다'는 많은 사람이 잘 못 사용하고 있는 말입니다. '다르다'는 '같다'의 반대말이고, '틀리다'는 '옳다'의 반대말입니다. 즉, '같지 않다'와 '옳지 않다'라는 의미입니다. 전혀 다른 의미의 말을 혼용 및 오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바닥에 있는 사상적인 면은 얼마나 잘 못 되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나와 다른 것'은 '틀리다' 라는 생각이 아닐까요? 그 바닥에는 '나는 항상 옳다'라는 자만이 깔려 있을 겁니다. 그렇게 때문에 '나와 다른 것'은 '틀리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요.

나와 다른 타인의 의견을 '틀린 것'으로 보는 게 아닌 '다른 것' 혹은 '옳을 수도 있는 것'으로 보는 자세가 정말 필요 한 것 같습니다.







연가시라는 생물이 있다. 일급수 이상에만 서식한다. 철사벌레라고도 한다. 실같이 단순한 모양을 가지고 있다. 일정 기간 곤충의 몸속에 기생하다가 성충이 되면 곤충의 뇌를 조정해서 곤충이 물에 뛰어들어 자살토록 만드는 생물이다. 때로는 인간들도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고 쾌락의 늪에 뛰어들어 자멸해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혹시 의식 속에 이성을 마비시키는 허욕의 연가시가 기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하악하악》中 23페이지 -


연가시의 조종에 의해서 물로 뛰어드는 곤충들. 그 곤충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인간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이상한 현상들을 엿 볼 수 있습니다.

남부럽지 않은 수입, 사회적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뭐가 아쉬워서 목을 메고, 뛰어 내리는지. 우리 사회에도 보이지 않는 연가시가 있는게 아닐까요? 곤충의 연가시와 다르게 우리 사회에 있는 연가시는 우리 스스로 제거해 버릴 수 있는 녀석일지 모릅니다.

허욕의 연가시. 그 연가시를 죽여 없애야 하지 않을까요? 결국 물 속으로 뛰어드는 곤충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죠.






젊은이여. 바람 불 때마다 꽃잎 아름답게 흩날리는 나무를 부러워하지 말라. 꽃잎 다 져버린 나무는 가을이 되면 다시 열매 익는 나무를 부러워하게 되리니. 바람이 불 때마다 함부로 흔들리는 수양버들에 무슨 열매가 열리던가. 오늘도 쇠 귀에 경을 읽는 꽃노털 옵하의 외로움.

- 《하악하악》中 224페이지 -

젊은이들에게 주는 이외수 선생님의 메시지입니다. 자신의 때가 아직 안 옴을 슬퍼말라는 것이죠. 나의 꽃이 봄에 피는지 혹은 가을에 피는지, 내가 꽃나무인지 과일이 열리는 나무인지, 수양버들처럼 그늘을 주는 나무인지 잘 알고 부러워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짧지만 깊은 생각을 주는 글들이 많이 모여있는 책입니다. 한번에 주욱 읽어 내려가는 형식의 독서보다는 하루에 하나씩 천천히 되새겨 보는 식의 독서가 맞는 책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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