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 그런건가요? 저는 걷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그래서 목적없이 걷는게 한 때 취미였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지하철을 따라 걸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당시에만 해도 저는 분당 근처 죽전에 살아서 분당선을 일주해보자는 취지로 걷기 시작했었습니다.
출발 시간이 그러니까 오전 9시 정도 되었을 겁니다. 아 그리고 날짜는 2009년 8월달이었구요.
건물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힘들지 이때는 몰랐었죠. ㅎㅎ 가벼운 발걸음으로 보정역까지 걸어갔습니다. 보정역까지 걸어가는데에도 30분이 걸리더군요. 쓸데 없이 힘 낭비한셈이죠. 복장은 최대한 가벼운 반바지에 반팔, 그리고 가방하나를 메고 갔습니다.
보정역에 도착하고 분당선 일주를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시계로 시간까지 전부 체크하면서 갔는데, 시간 적어논것을 잃어 버린 모양이네요. 나중에 찾으면 PS. 로 붙이겠습니다.
날씨가 마침 맑아서 더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ㅋㅋ 흐리기라도 하면 덜 힘들텐데 말이죠. 보정역에서 저멀리 신세계 백화점이 보이네요. 죽전역은 신세계 백화점 뒤편에 있습니다.
죽전역에 도착했습니다. 큰 길에서 살짝 안쪽에 있어서 죽전역 팻말을 찍기 위해 약간 걸어 들어가야 했습니다. 뭔가 억울하군요 ㅋㅋ
폰 카메라라서 화질이 안좋은데, 저 멀리 성남시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습니다. 여기서 부터는 성남시이네요. 죽전역에서 오리역으로 가는 길목입니다. 왕복 8차선의 큰길이 나있어서 차가 많이 다녔습니다.
오리역입니다. 죽전역에서 30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분당의 끝자락이라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역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많이 있었습니다. 홈플러스( 이 때는 홈에버 )와 농협 하나로 마트가 있습니다. 홈플러스에서 포카X스웨X를 사 들고 다시 걸었습니다.
대로를 따라 걷다보면 미금역이 나옵니다. 오리역과는 달리 미금역엔 상가 건물들이 큰게 많이 있었습니다. 마을버스가 다녀서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충동이 살짝 들었지만 참고 다시 길을 걸어갑니다.
미금역에서 정자역으로 가는 길인데, 가로수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태양빛이 인도를 가득 메우는게 "반대편으로 가야 했어~ ㅜㅜ "
드디어 정자역에 도착했습니다. 미금역에서 정자역으로 오는길은 주상복합 아파트가 많이 있었습니다. 시멘트와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열사병 걱정까지 들더군요. 정말 더웠습니다.
정자역에서 수내역으로 가는 도중 탄천을 찍어봤습니다. 평소엔 냄새나고 더럽게 느껴졌었는데, 더우니까 뛰어 들고 싶네요..
정자역 쪽을 돌아본 모습입니다. 높은 빌딩들이 인상적입니다.
드디어 수내역에 도착했습니다. 1년전( 이 번이 두번째 도저 ) 도전에서 수내역까지 오고 쉬었다가 갔지만 이번엔 안쉬고 그대로 걷습니다.
분당 구청의 모습입니다. 넓은 잔디밭에 주말이면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보이던데, 이 날은 더워서 그런지 출근을 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푸른 잔디가 마음을 좀 가라 앉혀 주는 군요.
드디어 서현역입니다. 로데오 거리를 들렸다가 갈까 생각도 했지만 그냥 바쁜 걸음 재촉하며 걸어갑니다. 빨리 선릉역까지 가서 집에 가고 싶은 마음 뿐이죠.
이매역입니다. 이매역까지 가는 도중에는 나무그늘이 적고 방향도 햇빛이 잘 비추는 방향이라 정말 더웠습니다. 중간에 아파트 단지 속으로 들어가서 그늘로 걸어 가기도 했는데, 길 잃을까봐 다시 나왔습니다.
이매역에서 야탑역으로 걸어가는 길에 성남 아트센터가 보였습니다. 멀리서 보였지만 전에 키티 전시였나? 그런것 하던데 비싸서 안갔던 기억이 있네요. 나중에 한번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성남 아트센터 앞이라 그런지 꽃들이 이쁘게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힘들어서 눈에는 잘 안들어왔죠.
이매에서 야탑까지 가는 길은 정말 멀었습니다. 날씨는 덥고 길은 멀고 어디까지 가야 야탑인지 알 수 없어서 정말 힘들었는데, 점점 높은 빌딩들이 나오더니 금방 야탑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대로변을 걸으니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정신마저 혼미하게 만들더라구요..
야탑역에 도착했습니다.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지만 한 3,4시간? 정도 걸은것 같습니다. 쉬어가고 싶었지만 관성이 작용해서 그냥 지나쳐버립니다. 계속 걷다보니 멈출 수가 없더군요.
유치원이 끝나고 집에가는 아이들, 좋겠다 너희들은.. 집에가서 ㅜㅜ
잘은 모르겠지만 야탑역에서 모란역으로 가는 도중에 성남시청 건물을 짓고 있는게 보였습니다. 정말 거대하게 짓더군요. 저런 돈은 어디에 있는지... 호화 청사 논란이 있는데, 쩝..
모란역 부근엔 비닐하우스가 있어서 농촌 분위기를 많이 풍겼습니다. 친근하군요. 높은 빌딩과 아스팔트만 계속 보다가 비닐하우스를 보니까 마음이 좀 가라앉습니다.
만약 저 인공폭포에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면 길을 건너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엄청 더웠죠. 게다가 야탑-모란 구간에는 가로수도 거의 없어서 인도로 걸어가다간 쓰러지겠더라구요. 그래서 그늘 찾아다니면서 걸었습니다.
드디어 모란에 입성(?) 라이온스 클럽 사자상이 반겨줬습니다. 정말 힘든 구간이었습니다.
그 유명한 모란시장 터입니다. 이 날은 장이 서는 날이 아니어서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놀러왔었는데 정말 시장이 크더라구요. 저기 천막이 쳐져 있는 곳에선 멍멍이 고기를 팔았습니다. 쩝.. 꺼림직해서 빨리 갔습니다.
모란역 도착 증거사진을 찍고!!
이 것은 평지가 아닙니다. 엄청난 언덕입니다. 안그래도 힘든데 모란 - 경원대 구간은 언덕이 정말 많더군요. 언덕도 가파른 언덕이라서 평소에 걸어 올라가기도 힘들 정도였습니다. 지구력으로 버티면서 올라갔습니다. ㅜㅜ
모란에서 태평역은 그다지 멀지는 않지만 위에서 보신 지옥같은 언덕이 가로막고 있어서 역이 하나 더생긴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 멀리에도 또 언덕이!!!!
지나가는 길에 성남시 수정구 경찰서가 보였습니다.
언덕을 몇개 넘어 경원대 역에 도착!!! 여기서 토익 스피킹과 한자 자격증 시험이 치뤄집니다.
경원대 캠퍼스는 절반이 공사중이더군요. 나중에 어떻게 변화 할지 궁금합니다.
복정역으로 가는 도중 세차장을 발견했습니다. 뛰어 들어갈 뻔했는데 겨우 참았죠...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내가 왜 사서 고생인가 이런 생각도 들더라구요..
동서울대학이 가는 길목에 있었습니다. 복정역의 부제목이 동서울 대학이었나요? 분당선 타면서 들은것 같은데...
분수발견!!! 뛰어 들고 싶었지만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길래 양보하고 계속 걸었습니다. 정말 이때 부터는 관성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목표는 오직 선릉..
서울 입성!!! 이번 일주에서 가장 감격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서울특별시 정말 반가운 표지판이었습니다.
복정역찍고,, 이제 문제는 여기서 부터인데 바로 다음은 수서역입니다만, 분당선은 길따라 가는게 아니어서 수서까지 가려면 돌아가야 합니다. 그걸 모르고 2008년 도전때에는 지하철 라인 따라가다가 길을 잃었죠. 재활용센터에서 헤매다가 결국 문정역에서 지하철타고 집에 왔었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실패로 지도를 보면서 루트를 연구하고 간 덕에 길을 잃지는 않았습니다. ㅎㅎ
그 유명한 유령의 가든파이브입니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들어가는 손님도, 나오는 손님도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거대한 전광판만 광고를 틀어주고 있었습니다. 왜 만든걸까요??
그 와중에 장지역에 도착했습니다. 다음은 수서역이어야 하는데 장지역을 찍었습니다. ㅜㅜ 어쩔 수 없이 돌아가는 이 현실 ㅜ
정말 거대하죠? 가든파이브입니다..
문정 로데오 거리입니다. 그냥봐서는 일반 거리랑 다를게 없는데, 뒷 골목이 번화가인 모양입니다. 문정역은 그냥 안찍고 지나갔군요..
가락시장역입니다. 여기서 직각으로 꺾어서 수서역으로 가야합니다. 이제 3호선이 연장되어서 가락시장역도 3호선이겠죠? 이때는 연장이 안되어서 그냥 8호선입니다. 가락시장에서 수서역도 굉장히 멀더군요. 게다가 중간에 탄천을 건너야 했는데, 또 언덕이 있어서 한번더 좌절했습니다.
드디어 수서역입니다. 여기부터는 신기록의 행진이었는데, 복정까지가 이전에 성공했던 구간이고 수서까지 걸어온것은 처음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대모산역까지도 길이 없다는것.. 3호선을 따라 걸으면서 우회하기로 합니다.
수서역에서 일원역은 정말 멀었습니다. 게다가 꾸준히 언덕이어서 정신이 혼미해졌죠. 결국 일원역 뒤에 있는 마트에서 게X레이 를 사먹고 충전을 한뒤 다시 걷습니다. 다리가 풀리고 움직이지 않더군요. 이를 악 물고 걸었습니다. 다리에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대청역,,, 여기서 좌측으로 꺾으면 대모산역이 나옵니다. 다리에 힘을 줄수 없고 그냥 몸을 앞으로 숙이면 다리가 반사적으로 튀어나가니까 그런 느낌으로 걸었습니다. 중간에 물을 사서 손수건에 적시고 목에 감고 갔습니다.
대모산 입구역에 도착했습니다. 다행히 여기서 부터는 가로수들이 그늘을 많이 만들어 줘서 시원하게 걸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횡단보도 근처에는 가로수가 없어서 그늘에 숨어있다가 신호바뀌면 건너는 식으로 걸어다녔습니다.
개포동역입니다. 거의 다왔죠. 분당선을 많이 타봐서 개포동역이 선릉에서 얼마 안떨어 지것을 압니다. 여기부터는 잡생각도 없어지더라구요. 그냥 무조건 머리속엔 선릉!! 선릉!! 선릉!!
저 멀리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눈에 보입니다. 저기에 도곡역이 있다는 거지??
구룡역입니다. 아주 시원하게 가로수들이 있어서 탈진하지는 않았지만 매우 힘듭니다. 막바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더 힘들었던것 같습니다.
여기가 타워팰리스구나!!! 드디어 타워팰리스를 찍었습니다. 이제 선릉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3개가 남았습니다.
타워팰리스 바로 밑의 사거리에 도곡역이 있었습니다. 뜨억.. 한티역으로 가는 길은 오르막!!.. 정말 기어 가다시피 해서 힘들게 힘들게 올라갔습니다.
드디어 한티역에 도착!! 정말 잊을 수 없는 도곡-한티 의 언덕이었습니다. 다리에 힘은 없는데 그 엄청난 언덕...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허벅지가 아려옵니다. ㅜㅜ
한티역에서 한참을 더 걸어서 드디어 테헤란로에 도착.. 선릉입니다. 평생 이루고 싶었던 목표중 하나를 완료하는 상황입니다. 보정-선릉 일주... 정말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던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지나가는 버스 타고 싶었고.. 지하철 역이 보이면 그대로 타고 집에 가고 싶었는데.. 포기하지 않고 계속 걸어서 결국 완주를 했습니다.
정말 앞으로 살아가면서 많은 도움이 될 경험이었습니다. 총 9시간을 걸었구요. 오전 9시에 출발해서 도착해보니 오후 6시였습니다. 총 이동거리는 약 35km정도 되구요. 중간 중간 언덕이 많아서 오래 걸린것 같습니다.
나중엔 2호선 일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들었습니다. ( 실제로 하신분도 계시구요.DC에.. ) 아무튼 잊지 못할 기억이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