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세상을 훔치다》- 명사들의 책 인터뷰
흔히 '책에 길이 있다', '책에 성공의 열쇠가 있다' 라는 말을 많이 한다. 영혼의 양식이라는 독서, 독서가 과연 성공을 부를까?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간단히 성공한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책, 세상을 훔치다》라는 책은 사회 각 분야에서 앞서나간다는 평을 듣는 여러 사람들을 인터뷰한 책이다.
이 책은 교보문고에서 펴낸 월간 《사람과 책》에 실린 <나의 서가 이야기>라는 인터뷰 글들을 엮은 책이다. 총 18 명의 명사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이 생각하는 독서에 대한 생각, 그리고 권장할 만한 책들을 추천받는 형식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책이란 참 다양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 '분야에 상관없이 독서는 권장 할 만한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의 작가인 반칠환씨는 시인이다. 그러다보니 인터뷰 도입부에 써 놓은 글들이 참 멋지다. 시적 표현이라고 해야하나? 글에서 향기가 느껴진다고 하겠다.
▶ 책 권하는 사람들
총 열여덟명의 명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당연하지만 모두 독서는 좋은 것이고 자신의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바람직한 교훈을 준다. 여담이지만 독서가 자신의 인생을 망쳤다는 말을 듣기는 힘든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사람 한번도 못 봤다. ( 특이한 경우가 정봉주 17대 국회의원의 경우 부친의 유언이 '책 읽지 말라'라고 하는데, 자세히는 모르겠다. 그 분을 직접 만나 본게 아니라서 )
인터뷰 동안 개인의 독서에 관한 경험, 처음으로 읽었던 책 등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핵심은 '독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이다. 그 중에 문학평론가( 라고 하지만 다재다능하신 ) 이어령 선생님의 독서에 대한 생각을 인용해보면
독서란 한마디로 산소입니다. 독서를 안 하는 사람은 하느님이 주신 풍부한 산소를 마시지 않고 숨을 안 쉬겠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특히 정치인이나 경제인이 책을 읽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불행이 아니라 그 사회의 불행입니다.
- 《책, 세상을 훔치다》中 85 ~ 86 페이지 -
책을 많이 읽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책이 아니더라도 글을 많이 읽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이렇게 세상 사람을 두 분류로 나누고 각각 분류의 사람들과 이야기 해보면 책이 그 사람을 얼마나 변화시키는지 알 수 있다.
하물며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인이나 경제인, 학자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면 그 사회의 미래가 얼마나 불행할지 안 봐도 뻔하다. 그래서 선진국의 경우 범국민적으로 독서 운동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독서인구가 갈 수록 줄어 든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여기저기서 듣게 되었는데, 당장에는 한푼 두푼 더 버는 것이 나라의 발전에 좋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어디서든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 책과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게 아닌가 생각한다.
▶ 인터뷰 집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책은 <나의 서가 이야기>라는 인터뷰 글들을 엮어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책 내용의 기본 형식이 인터뷰 형식일 수 밖에 없다. 인터뷰 형식의 글과 일반글의 차이는 흐름에 있다. 일반글은 뭐라고 말하긴 힘들지만 흐름이 있다. 앞 문단과 뒷 문단이 서로 관련있는 내용이 되어 읽어나가는데 일종의 관성이 작용한다.
하지만 인터뷰 글은 한 사람에게 미리 준비한 여러 질문들을 던지고 답을 받아 정리해서 엮어 놓은 형식이라, 흐름이 끊길 수 있다. 실컫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주제가 전환될 경우 읽어 나가는데 매우 더디고 이해하기도 힘들다. 인터뷰 집이라 이해는 하지만 그런 부분에서 약간 아쉬웠다.
또 본문에서 핵심이 되는 내용을 색칠을 해 놓은 부분이 있다. 마치 블로거들이 자신의 글에서 핵심이 되는 부분에 강조를 해놓는 것처럼 핵심부분을 검은색이 아닌 다른 색으로 처리를 해 놓았다.
이런 세심한 배려가 미안하게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뭔가 떠 먹여 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게 중요하니까 새겨들어' 라는 식으로. 마치 학교에서 선생님이 '이거 중요하니까 외워'라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색칠되어 있는 부분보다 더 마음에 와 닿는 글귀도 있었다. 저자 입장에서 중요한 글과 독자입장에서 와 닿는 글이 같을 필요는 없으니 색칠은 좋은 선택이 아닌듯 하다. ^^
▶ 독서, 글쓰기 그리고 인생
책을 많이 읽는 분들의 생각은 참 깊은것 같다. 인터뷰 중에 화가 김점선님이 한 말이 인상 깊다.
"산꼭대기로 오르면서 그 높이, 단계에 보이는 경지가 있어요. 나는 나이드는 게 즐거워요. 가수 비가 더 멋있어요, 신선이 더 멋있어요? 아름다운 젊은이는 쉬워요. 늙었는데 아름다운 사람이 더 멋있어요. 숀 코네리처럼."
"나이 들수록 존중받는 것이 바람직한데 오히려 홀대받는 게 안타깝습니다."
"그건 늙은이들 책임이에요. 제대로 살고 제대로 늙으면 왜 무시해요? 박경리나 박완서를 보세요. 서로 인터뷰를 하자고 아우성이죠. 우리 윗세대들은 한창 성장 일변도의 시기에 각종 비리와 황금 만능주의의 물결에 휩쓸려왔기 때문에 원로들이 드물어요. 앞으로는 나아질 거예요. 지금 애들은 훨씬 맑아요."
- 《책, 세상을 훔치다》中 71페이지 ~ 72 페이지 -
개인적으로, 독서의 이유를 꼽으라는 말을 들으면 내 뱉는 말이 '아름답게 늙는 방법을 알고 싶어서'이다. 젊어서 아름다운 것은 당연한 것이다. 나이 들면서도 아름다운 것은 개인의 노력에 달렸다. 어른들을 공경해야 함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간혹 정말 '추하게 늙었다'라는 말이 심하지 않을 추태를 부리는 나이드신 분들이 있다.
지하철에서 젊은이들에게 쌍욕을 하거나 성추행을 하는 노인분들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 분들을 들어서 '아름답게 늙었다'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 분들도 공경을 하고 존중을 해야 한다. 다만 동년배이신 분들이 실컫 욕을 해주셨으면 한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다음 독서에 대한 의문이 줄어들었다. '책 많이 읽는다고 도움이 될까?'라는 1그램의 의문마저도 날려버리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