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작은 거짓말》,에쿠니 가오리 (소담)- 결혼 3년차 부부 이야기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유명한, 《냉정과 열정사이》의 작가인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인 《달콤한 작은 거짓말》을 읽었다. 핑크색의 표지, 양장본으로 된 자그마한 책이 책장에 있어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고른 책, 작가 소개를 보니 《냉정과 열정사이》의 작가더라.
▶ 3년차 부부의 비밀스러운 이야기
부부가 함께 나오는 티비 프로그램에서 많이 들었던 말이 "부부는 3년이 고비다"라는 말이다. 부부는 처음에 사랑으로 결혼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그 사랑은 식기마련이고, 사랑이 예전만 못 하다고 느낄 때가 3년차, 부부 사이엔 위기가 온다. 흔히 말하는 권태기인데, 이 책의 주인공 부부는 권태기는 아닌 것이 참 특이하다.
주인공 부부는 이와모토 루리코와 이와모토 사토시. 루리코는 집에서 일을하는 텓 베어 작가다. 학창 시절에 취미 삼아 시작했던일이 점점 빠져들어 1년간 영국에서 공부한후 귀국해 전문적으로 테디베어와 관련 된 축하 카드, 표지, 인형 등을 제작하여 평판이 높아지고 있다. 사토시는 평범하고 성실하지만 다소 사교성이 떨어지는 성격의 회사원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다소 특이해서, 루리코는 하루종일 집에 있다가 사토시가 집에 오면 그 날에 있었던 일을 모두 보고 한다. 사토시는 형식적으로 대답하고( 하지만 전혀 안 듣는건 아닌... ) 간단히 씻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서 컴퓨터 게임에 몰두 한다. 두 사람은 서로의 이런 성격을 존중하고 살아간다. 두 사람은 아이를 원하지 않아 최근 몇년간 부부관계도 없이 지냈다. 하지만 확실한건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어떤 감정이 존재하고, 서로가 없으면 안 되는... 그런 상태이다.
어떻게 보면 재미없을 수 있는 이런 무미건조한 두 사람의 일상에 신선한 자극제로 나타난 사람이 쓰가와 하루오와 미우라 시호이다. 하루오라는 사람은 여자 친구가 루리코가 만든 테디베어의 팬이라 그녀의 작품을 사기 위해 만난 사람이고, 시호는 사토시가 다닌 대학 대학의 스키부 후배다. 루리코는 하루오와 사토시는 시호와 연애를 하게 된다.
▶ 바람난 부부
이 책은 바람난 부부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부부의 분륜이 아침 드라마의 그것처럼 막장으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 싸구려 3류 분륜 소설로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 그렇다기 보다는 무료한 일상, 재미없게 느껴지는 일상에 신선한 자극제로 작용하는 외도다.
루리코와 사토시는 서로의 외도 사실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외도를 감추고 배우자에게 미안해하는 마음을 갖는다. 하지만 그 들의 외도는 미안한 마음과는 별개로 묘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어서, 외도로 인해 부부생활이 더욱 윤택해 지는 느낌마저 갖게 된다.
부부 사이에 부족한 점을 애인에게서 찾으려고 하는 모습. 하지만 애인에게 없는 장점이 배우자에게 있기에 외도를 하면서도 서로가 소중함을 잊지 않는 모습. 그들의 특별한 부부 관계를 앞에서 미리 설명해 놓았기에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기에 씁슬하기도 했다. 그리고 '둘 사이의 외도가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약간의 스릴도 생기는 스토리 진행이다.
▶ 작가의 우아한 문체
스토리가 부부의 맞바람에 대해서 썼다고 해서 절대 값싼 소설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작가의 문체가 깔끔하고 우아하기 때문이다. 문장 하나하나의 길이가 굉장히 짧아서 화려함이 없기에 단정하고 우아해 보이는 지도 모르겠다. 평소에 닮고 싶은 문체라고나 할까.
간결한 문장을 쓰면서도 등장인물들의 묘한 심리 상태를 잘 묘사하고 있다. 외도를 하면서 행복하지만 배우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는 상태를 너무나도 잘 묘사해 놓았다. 책의 내용 자체가 외도라는 약간 음성적인 주제를 담고 있어서 일부러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간결한 문장은 약간 어두운 분위기, 암울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이러한 분위기 떄문에 부부 사이의 외도를 다루고 있음에도 소설이 싸보이지 않는(?) 효과를 주는 모양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두 명이다. 남편인 사토시와 아내인 루리코, 그 들은 동시에 바람을 피우고 있다. 두 인물의 스토리가 서로 번갈아가면서 비취지는 형태를 띄고 있다. 마치 아내가 등장하는 씬과 남편이 등장하는 씬이 번갈아가면서 나오는 TV 드라마처럼...
공개적으로 다루기 까다로운, 껄끄러운 주제를 너무나도 솔직하게 드러낸 작품. 읽으면서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은 작품. 하지만 안 읽는 것보다 읽어 두는 것이 나중에 결혼 생활을 지속할 때 도움이 될 만한 책인 것 같다.